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2024년 하반기 기획전으로 개최된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Spaces》는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공간들을 전복시키고
그 안의 의미를 묻는 설치 중심의 현대미술 전시였다.
작가 듀오는 기존에도 병원, 가정집, 공공 시설 등을
낯설게 재조립하며 공간의 기능과 인간 관계를 해체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 역시 그런 흐름을 이어가며,
'전시 공간을 하나의 연극 무대처럼 다룬 구성'이 인상 깊었다.
마치 방탈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던, 아주 독특한 전시
📍 전시 정보 요약
- 전시명: 엘름그린 & 드라그셋 《Spaces》
-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 기간: 2024년 9월 1일 ~ 2025년 2월 11일
- 운영시간: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성인 15,000원 / 청소년 및 어린이 할인 있음
[Elmgreen & Dragset: Spaces] 아틀리에, 2024 / 화가, 그림 2, 2021 / 액션 페인터, 그림 2, 2024
[Elmgreen & Dragset: Spaces] 아틀리에, 2024 / 화가, 그림 2, 2021 / 액션 페인터, 그림 2, 2024
apma.amorepacific.com
1. 전시 구성 – 익숙한 공간의 낯선 재구성
전시는 총 5개의 공간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공간은 현실에서 자주 접하는 환경을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 병실
- 주차장
- 가정집 거실
- 갤러리
- 공공 화장실
하지만 이 공간들은
그대로 재현되지 않고,
어딘가 어색하고 비어 있는 채로 설치되어 있어
관람자는 무언가 빠진 감각,
혹은 지나간 시간의 자취 속에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병실과 거실을 형상화한 공간은
사람이 없지만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작품이라기보다는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2. 주요 설치와 인상 깊었던 장면
엘름그린 & 드라그셋 특유의 유머와 긴장감은
‘사라진 것’과 ‘기능을 잃은 구조물’을 통해 드러났다.
- 침대에 누운 듯한 조형물은 사람이 전혀 없음에도
기이한 정적과 생명감 없는 존재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고 - 벽에 걸린 그림,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식기,
흘러나오지 않는 샤워기의 연출 등은
‘공간을 재현했다’기보다는 '기억을 상기시킨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전체 공간은 설치미술이지만,
관람자 입장에서 하나의 서사처럼 흐름을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3. 전시를 다녀와서
《Spaces》는
전시장 안에서 ‘작품을 보는 전시’라기보다는
그 공간 자체에 들어가 그 안을 걷고 머무르는 전시에 가까웠다.
의도적으로 비워진 느낌,
무언가가 막 끝난 직후처럼 구성된 설치물들 덕분에
단순 감상보다는 질문이 남는 시간이 많았다.
무언가 굉장히 현대적이고 감각적인데도
사람 냄새나 현실의 쓸쓸함 같은 게 묻어 있어
과잉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전시였다.
사진보다는 직접 걸어다니며 시선을 움직여야만 느낄 수 있는 전시였고,
그래서 짧게 머무르기보다는
한참을 조용히 둘러보게 만든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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